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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밥을 먹고, 혼자 술을 마시는 것이 더 이상 화제가 되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얼마 전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는 혼자 밥 먹는 행위를 인간관계의 단절, 소통의 부재라는 관점에서 보고 ‘혼자 밥 먹는 일’에 대한 위험성을 진지하게 말했지만 「고독한 미식가」를 읽다보면 혼자먹는 밥은, 그저 혼자서 즐기는 쾌락의 일종으로 가볍게 생각하게 된다. 「고독한 미식가」의 에피소드는 단순하다. 무역업을 하는 주인공이 일을 마치고, 혹은 출장길에 혼자 밥을 먹는 내용이 전부이다. 혼자 일하다 배가 고파지면-만약 그 사람이 남성이라면- 메뉴에 대한 고민 없이 가까운 해장국집에 가서 해장국을 먹거나 기사식당에 가서 백반을 사 먹는 게 보통이지 않을까 싶은데 주인공은 전혀 다른 태도를 보인다. 방문한 지역의 특산물을 먹는 건 기본이고, 먹는 즐거움 외에는 딱히 기쁨이 없는 여고생처럼 적극적으로 주변을 둘러본 뒤 식당을 찾아 들어간다. 때로는 포장 한 음식을 공원에 홀로 앉아 맛있게 먹기도 하는데, 그런 모습들에서 주인공은 자기 자신에 대해 충실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혼자 옷을 사러가고, 혼자 서점에 가고, 혼자 커피숍에 간다.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나가는 것도 물론 즐겁고 의미 있지만 나 혼자 움직일 때보다는 자유롭지 않다. 옷을 고를 때에도, 책을 고를 때에도 상대를 신경 써야 한다. 책을 좀 더 골라 보고 싶어도 아이들이 피곤해하거나 남편이 지루해하는 눈치가 있으면 그만 두어야 하고, 소화가 안 되서 중국음식이 먹기 싫어도 아이들과 있으면 짜장면에 탕수육을 먹어야 하는 나름의 고충이 있다. 그래서 기회가 될 때마다 혼자 나가는데 생각보다 편하고 즐겁고 재밌다. 우선 나의 소박한 욕망에 충실할 수 있고, 계획을 세우지 않아도 그 날의 일정이 순조롭게 풀린다. 또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내가 원하지 않아도 해야 하고, 먹어야 할 때가 많다. 동료들의 기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내 경험에 비추어보면 「고독한 미식가」의 주인공의 혼자 식사하는 마음이 이해가 된다. 무역업을 하는 사람이니 물건을 팔기 위해 자신의 본성을 내려놓고 상대방에게 많이 맞추며 살 테지. 그런 생활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이 먹고 싶은 대로 마음껏 음미하며 먹을 수 있다는 것이 고생한 자신에게 줄 수 있는 소박하지만 특별한 ‘보상’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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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고독한 미식가 : 솔로 미식가의 도쿄 맛집 산책 | 원저/ 글,그림/ 역 | 이숲세계적으로 유명한 만화가 다니구치 지로가 그려내는 도쿄 미식 기행 주인공인 독신주의자 이노가시라 고로는 도쿄와 오사카의 소박하고 오래된 18곳 식당을 혼자 돌아다니며 일본 고유의 음식 맛을 즐긴다. 대부분 음식만화와는 달리, 기상천외한 레시피나 작위적인 줄거리 전개가 절제된 이 작품에서 작가는 진정한 미식이란 삶이 녹아 있는 단순하고 깊은맛을 즐기는 데 있음을 은근히 역설한다.
[도서] 고독한 미식가 2 | 원저/ 글,그림/ 역 | 이숲세계적으로 유명한 만화가 다니구치 지로의 두 번째 미식 기행. 오늘날 유행처럼 번진 ‘혼밥’ 열풍의 원류 고독한 미식가 의 주인공 이노가시라 고로는 도쿄의 오래된 식당 13곳을 찾아다니며 ‘컬트적’ 음식 기행을 계속한다. 그는 사치스럽고 값비싼 고급 레스토랑을 찾아다니거나, 소문난 식당 앞에서 차례를 기다리며 줄을 서는 ‘바보짓’을 하지 않는다. 그에게 미식이란 복잡하고, 요란하고, 희귀한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 사람들의 삶이 그대로 녹아 있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음식을 먹고, 그들에게 보편적인 것이 그에게는 독특한 것으로 남는, 그 깊고 오래된 맛을 기억에 새기고 그 기억을 더듬는 행위다. 그는 2권에서도 마치 보물찾기라도 하듯, 곳곳에 숨어 있는 아담하고 정겨운 맛집들을 찾아 헤매고, 원하는 음식을 먹고 나면 이루 말할 수 없는 행복을 느낀다. 고독한 미식가 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다. 그것의 압권은 문학적 수사의 불친절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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