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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건축가 구마 겐고
구마 겐고구마 겐고[?硏吾, 1954~ ]는 ‘빛과 콘크리트의 건축가’로 유명한 안도 다다오[安藤忠雄, 1941~ ]와 이토 도요[伊東豊雄, 1941~ ]의 다음 세대, 즉 일본 4세대 건축가를 대표한다. 그는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 1887~1965), 안도 다다오 등으로 대표되는, 기존의 콘크리트와 철과 유리로 된 근대건축에 대한 저항으로 나무처럼 약한 소재를 건축에 끌어들여 ‘약한 건축’ 혹은 ‘가벼운 건축’을 지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이런 그가 35년 건축 여정을 담은 첫 자서전을 내놓았다. 그것이 바로 이 책, <나 건축가 구마 겐고>이다.마치 경주마처럼“과거의 이야기지만 20세기에는 건축가들이 각자 나라에서 안정적으로 일을 얻어 국내의 지위를 높이고, 네트워크를 넓히면 나중에는 저절로 일이 들어오는 ‘건축가 출세 경로’가 있었습니다.” [p. 31]하지만 세계화 이후 일본의 안정적인 상호의존과 상호수주 시스템은 사라지고, 저자에 따르면 건축가를 비롯해 모든 사람이 무한 경쟁의 국제 무대에 나가야 하는 입장이 되었다. 그래서 저자는 스스로를 경주마에 비유하곤 했다. 심지어 이 책의 원래 제목도 <건축가 달리다[建築家、走る]>였을 정도다.저자에 따르면 이런 현상은 ‘플라자 합의(1985)’ 이후의 경제 세계화를 배경으로 한다. 물론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세계화’는 WTO체제 출범(1995)이후를 의미하니까 다소의 시간차는 있다. 하지만, 건축가가 경주마 신세가 된 것이 1997년 개장한 빌바오 구게하임 미술관을 통한 도시 재생의 성공을 의미하는 ‘빌바오 효과(Bilbao Effect)’ 때문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그 구분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건축가에게는 시간도 예산도 여유로운 상태에서 느긋하게 설계에 임하는 게 이상적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레이스에 나가지 않으면 일을 할 수 없습니다. 일이 없으면 사무소는 물론이고 저 자신도 무너집니다. 무너지지 않기 위해 쉴새 없이 달리고 또 달립니다.” [p. 33]저자의 신년 초 약 보름간의 일정을 보면 앞에서 말한 것처럼 쉴새 없이 달리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1월 2일에 비행기를 타고 베이징에 내려 정저우[鄭州]로 가서 소림사(小林寺)까지 이동해서 소림사가 짓는 박물관 회의에 참석한다. 다시 쿤밍[昆明], 텅충[騰沖], 홍콩을 경유해 미얀마에 호텔을 짓겠다는 클라이언트를 만나기 위해 미얀마의 고도(古都) 파간의 이라와디 강변으로 간다. 이어 양곤을 출발해서 취리히를 거쳐 파리로 향한다. 다시 파리에서 에든버러에 날아가 빅토리아&알버트 미술관 스코틀랜드 분관 회의에 참석하고, 뉴욕으로 떠난다. 뉴욕에서 1월드트레이드센터 안에 있는 차이나 센터의 인테리어에 대한 회의를 하고, 1월 14일에 나리타로 귀국한다.고인(故人)이 된 대우그룹의 회장 김우중이 비행기에서 잠을 자고 차 안에서 간편식으로 끼니를 해결하며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했던 것처럼, 쉴 틈 없이 달려야 했던 것이다.건축, 언제나 움직이는 것일반적으로 건축이라는 단어는 영원하게 느껴지는 단단하고 고정적인 무엇을 떠올리게 한다. 특히 콘크리트는 ‘불로불사(不老不死)’의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구마 겐고에게 있어서 건축은 ‘영원히 단단한 것’이 아닌 ‘언제나 움직이는 것’이었다. 아마도 그래서 그는 콘크리트가 아닌 대나무 등의 재료를 써서 건축물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것이 아닐까왜냐하면, “콘크리트가 만드는 건축은 돌이킬 수 없는 건축입니다. 한번 만들면 고치는 게 무척 어려워 약해지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p. 272]그가 건축에 대해 그런 이미지를 가지게 된 것에는 원인이 있을 것이다. 어린 시절 그의 집은 낡은 목조가옥이었고, “아버지가 토목 일을 좋아해서 가족 공통의 취미가 집을 뜯어고치는 것이었다. 원래 오두막처럼 작았기 때문에 조금씩 키우면서 방이 늘어갔습니다. 가족회의를 열면 아버지는 물론 어머니, 여동생, 할머니까지 더해 시끌벅적 의견이나 희망을 쏟아냅니다. 저도 제 주장을 통과시키기 위해서 아이였지만 자료를 모으거나 논리를 세우는 등 다양한 준비를 했습니다.” [p. 235]아마도 이 과정에서 그는 건축물을 변화하는 유기체처럼 여기게 된 것 같다.저자가 꼽은 또 하나의 원인은 집에 갇혀 혼자 쓸쓸하고 지루하게 보내는 어머니의 모습이다. “건축이란 그 장소에 뿌리를 둬야 한다고 줄곧 생각해왔습니다. 그러나 20세기는 “얼마나 건축과 그 장소를 분리할 것인가?”가 큰 테마가 된 세기였습니다.” [p. 129] 왜냐하면, 장소와 건축을 분리하면 세계에 공통적으로 통용되는, 즉 상품으로서의 건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의 주택담보대출 시스템과 결합하여 ‘내 집 마련’이라는 환상 속에 평생 회사에 매인 샐러리맨과 집에 갇힌 전업주부를 양산했다.그리고 이를 대표하는 것이 르 코르뷔지에나 안도 다다오 등에 의한 20세기 모더니즘 건축이었다. 그러니 그가 “그 ‘장소’에 독특한 재료와 그곳에서 사는 장인들을 찾아내 그곳에서밖에 할 수 없는 건축을 하자” [p. 220] 라고 생각하고 불변(不變)의 콘크리트와 자기 복제 혹은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것에서 되도록 먼 건축을 찾아 헤매는 것도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제주아트빌라스 內 구마 겐고의Jeju Ball[20.02.04 추가]
인간은 매우 약한 존재입니다 그래서 건축을 합니다
동료와 함께 말입니다 매일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달리는 건축가, 구마 겐고의 첫 자서전
건축가 구마 겐고는 자신을 ‘경주마’에 비유하며 레이스하듯 세계를 달린다. 하루걸러 다른 나라에서 아침을 맞는 것이 그에게는 일상이다. 그는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단단하고 깨끗한 건축에서 되도록 먼 건축을 지향해왔다. 3 11대지진 이후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그가 조용히 주장해온 작음, 약함, 자연스러움, 이음, 죽음의 건축 철학이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에도 그의 철학이 담긴 건축물이 하나 둘 세워지고 있다. 자연스러운 건축 연결하는 건축 약한 건축 삼저주의 등으로 한국에 소개된 구마 겐고. 가족과 집을 뜯어고치는 것이 일상이었던 어린 시절에서 건축 데뷔작 M2의 쓰디쓴 실패, 기로잔전망대, 돌미술관 등 지역의 재료를 최대한 이용한 건축, 사람이 함께 만드는 아오레나가오카, 일본 건축가의 최대 영예인 제5대 가부키극장까지 그의 즐겁게 정신없는 35년 건축 여정이 이 책 한 권에 담겨 있다.
1. 세계를 달리다
세계일주 티켓 / 건축가는 경주마 / 20세기 건축가들의 출세 경로 / 건축의 전투 능력 / 새롭게 등장한 클라이언트 / 언제나 이익을 생각하는 중국 / ‘문화’와 ‘환경’의 국가 중국? / 못 해 먹겠네! / ‘구마 겐고’라는 브랜드 / 중국의 오너문화, 일본의 샐러리맨문화 / 예를 다한 연애 / 프랑스인은
역시 노련해 / 미디어와 건축을 지배하는 유대인 / 망상에 가까운 장대한 러시아인의 꿈 / 해적판이 나오다니 축하해 / 나란 인간은 촌놈이구나
2. 가부키극장이라는 도전
영예보다 무거운 어려움 / 새로운 건물은 칭찬받지 못한다는 법칙 / 화려한 가부키극장 / 모더니즘과 스키야의 융합 / 가라하후을 놓고 벌어진 공방 / 도쿄에 바로크를 / 옥신각신한 덕에 / 세계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가부키월드 / 가위에 눌리다
3. 20세기 건축
주택담보대출이라는 ‘세기의 발명’ / 새하얀 집과 시커먼 석유 / 오일쇼크로 최초의 좌절 / 샐러리맨 경험 / 뉴욕 지하에서 일본 험담 / 토론을 중시하는 덫 / 다른 장소에서 승부해주지 /
르코르뷔지에와 콘크리트 / 안도 다다오와 콘크리트 / 머리가 아니라 완력 / 인간심리를 이용한 콘크리트 / 맨션을 소유하는 ‘병’ / 콘크리트혁명을 넘어서기 위해 / 포기를 알면 인생이
재미있어진다 / 외로운 어머니 / 더 외로운 샐러리맨 / 해안에도 난간을 만들고 싶어 하는 공무원들 / 현장이 없는 사람들 / 다시 ‘공생’을 생각하다
4. 20세기에 반기를 들다
거품 덕에 받은 엄청난 비난 / 오른손을 못 쓰게 되다 / 지방이라는 주름 / 보이지 않는 건축을 / 보이지 않는 건축의 진화 / 예산 없음 = 아이디어 / 최대한 돌을 사용하다 / 라이트의 건축과 이어지다 / 졸부 스타일의 유행 / 나는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었나 / 고생, 각오, 도발, 돌변 / 가자, 현장으로 / 자신의 기준을 뛰어넘다 / 중앙을 싫어하는 비뚤어진 인간 / 불황에 고마워하다 / 원점에 있는 낡은 집 / 일본은 왜 세계적인 건축가를 배출하는가
5. 재해와 건축
건축가의 임사체험 / 인류사를 바꾼 리스본대지진 / 죽음을 잊고 싶은 도시 / 죽음 가까이 있는 건축가 / 작은 것에서 출발한다 / 부수는 방법도 하나가 아니다
6. 약한 건축
허무를 넘어 / 건축혐오 / 격렬한 이동이 건축가를 단련시킨다 / 직접 만나는 것이 필요한 이유 / 초속으로 판단하다 / 뛰어난 인재를 간파하는 면접, 당일 설계 / 조직 운영도 능력 가운데 하나 / 욕먹고 싶지 않아요 / 행복한 자기회의 / 반상자의 집대성 / 디스커뮤니케이션이야말로 커뮤니케이션이다 / 진지하게 즐거움을 즐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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